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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혜윰談, 최돈위 동문 (행정학과 00학번, 전 Texas Tech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 현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행정학과 학술위원회 인터뷰> Hit 2685
  • 등록일 2021-09-17 10:19:42

 

지난 78, 2021 2학기부터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하시게 된 최돈위 선배님과의멘토링이 진행되었습니다. 국회 인턴, 민간기업효성근무, Texas Tech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 재직 등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배님의 조언이 부디 많은 행정학과 학우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돈위 선배님 멘토링 (2021.07.08)


Q.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저희 때는 사회과학부로 들어왔고 성적순으로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을 하는 제도였어요. 처음에 저는 행정학에 학문적으로 관심이 있었지, 고시나 공무원은 약간 등한시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 저는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공직사회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은 아니라고 봤었죠. 그래서 굳이 제가 이 젊고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공직사회에 가서 정해진 톱니바퀴처럼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행정고시는 많은 내용을 달달 암기해서 쓰게 돼 있는데 그 암기가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직 사회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고 그때 계셨던 행정학 교수님들도 학생들에게 고시 보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오히려 조금 더 진취적인 일을 해 봐라', '공무원 준비는 나중에 해도 된다' 약간 이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전혀 고시에 관심이 없었죠. 그 당시 제 관심사는 주로 행정학, 그중에서도 행정학을 뒷받침하고 있는 거시 이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행정학은 정치학에도 맞닿아 있다 보니 정치학도 다중 전공을 하면서 그러한 학문적인 부분들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졌죠.

 

Q.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A. 저희 때 가장 큰 이슈는 2002 월드컵이죠. 제가 3학년 때 월드컵 4강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기간에 한양대 같은 경우에는 한마당에서 다 같이 모여서 보곤 했고, 나중에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규모가 점점 커지니까 노천극장에서 다 같이 보고 그랬었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실시간으로 축구 응원을 안 했어요. 알다시피 월드컵 기간이 시험 기간이에요. 그 당시 학생들은 대부분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 가서 시험을 보곤 했는데 약간 뭐랄까경기에서 지면 심리적 타격이 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공부하는 시험 기간에 그러한 타격을 받고 싶지 않은 생각에 요즘 소위 말하는 경기 '직관'을 안 했죠. 정리하면 2002 월드컵이 당시 가장 큰 이슈였지만 저는 제 공부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Q. 선배님께서는 대학생 시절 국회 인턴도 경험하셨는데, 국회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던 배경과 근무하시면서 겪은 일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사실 입법 분야랑 행정이 분리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입법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국회에 한번 가서 입법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국정감사와 그다음 해의 예산 심의도 행정에 관련된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지원했어요. 그게 이제 당시에 추미애 의원이 한양대 법대 출신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한 정치외교학과 선배가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공고가 났었어요. 그래서 지원을 했고 어쨌든 한 대 선배가 있다 보니까 좀 잘 봐주셨겠죠. 그렇게 기회가 돼서 했는데 마침 그때 이제 추미애 의원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프리미엄급 의원이었고, 당시 대선이 국민 경선제가 처음 도입돼 치러진 시기라서 정말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국정감사라든가 예산 심의 같은 부분들이 진행되는 모습도 인턴이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죠.

2002년 대선 당시에 '이인제 대세론'이라고, 이인제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당연히 될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됐어요. 공천될 수 있었던 계기를 보게 되면, 노무현 후보가 문화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후보를 제친 것으로 나오고 바로 그 주에 광주 경선에서 갑자기 1위를 해요. 그전까지는 이인제 후보가 계속 1위를 했거든요. 갑자기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바람이 일었고, 그 뒤로는 모든 지역에서 노무현 후보가 계속 1위를 해서 판세를 뒤집거든요.

근데 그 당시에 그렇게 보면 결국은 국민 경선이었지만, 그 과정은 사실 계파 정치가 컸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개입해서 노무현 후보를 밀어준 거죠. 그게 이제 광주에서 반영이 돼서 뒤집어진 거죠. 저걸 보면서 느꼈던 건 국민 경선제이지만, 국민은 까딱하면 대중일 수도 있어요. 대중이라는 건 알다시피 약간 몰려다닌다는 느낌이 강해요. 여론조사, 광주에서의 바람, 새 계파들이 몰아주는 세력, 이런 거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비판적 시민이 되지 않으면 자기 뜻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비판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인 시민이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럼 비판적 시민은 어떻게 되나요?)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에는 어려운 분야가 많고 전문성이 높아지다 보니까 우리들이 말할 수 없는 분야가 되게 많이 생겨요.

그럼 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그 분야에 관심을 계속 부여해야 해요. 그 분야와 관련 있는 신문 기사나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련 시민사회 가입도 해서 후원금 일 푼이라도 내면서 시민 교육도 참여하고, 듣고 보고 계속 내공을 쌓아가는 거죠. 그러면서 정책 공청회 같은 곳에서 국회의원들한테 전화도 할 수 있는 거고, 게시판에 글을 쓸 수도 있어요. 그렇게 작은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 가면 결국에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Q.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님께서는 민간 기업 효성에 입사하셨습니다. ‘효성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사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하러 갈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전형적인 흙수저이기 때문에 유학을 바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어요. 그래서 제가 제 돈을 벌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장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제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사기업이라는 곳에 가서 조금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 롯데백화점, 에쓰오일, 그리고 효성이라는 기업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제가 효성이라는 기업을 선택했던 건 효성이라는 기업이 사실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화려한 과거를 가졌지만 고꾸라졌다가 이제 막 살아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그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전기자동차, 수소차 같은 그린 인더스트리를 바라보고 가는 기업이었거든요. 그래서 저기 가면 기존에 안 하던 일을 하는, 성장하는 조직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영어로 'Make a difference'라고, 저도 무언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효성에서 하는 일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입사했죠.

 

Q. 민간 기업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나, 민간 기업만의 특징 중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들어갔던 조직이 중공업 분야였어요. 그 분야가 제가 입사했을 때 2천 명 규모에 1조 원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제가 퇴사를 할 때쯤에는 약 5천 명 규모에 한 3조가량 매출을 올린 거예요. 제가 있는 동안 급성장한 조직이었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내가 과연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누군지는 내가 가장 잘 알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나를 평가해 주는 건 바로 시장이에요. 그리고 시장 가치라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공정하고 냉정해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이직을 준비하는데 그 당시 기억에 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면접을 보러 딱 들어갔는데 회사 면접관이 저한테 "제가 최돈위 씨를 꼭 보고 싶었어요. 7년 정도 일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고 사기를 치는 이력서를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 한번 보고 싶었어요."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 일부터 순서대로 쭉 설명했죠. 무엇을 했는지, 일의 프로세스는 어땠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구조적으로 질문해요. 그런데도 이력서가 실화에 기반해 있으니까 답변들이 당연히 잘 나왔죠. 그분께서 면접이 끝나고 이런 일들 정말 다 한 게 맞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내가 그래도 회사 생활을 잘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만뒀죠.

안 좋은 점은 일과 삶의 균형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가 Work and Life Balance 때문이고, 사기업은 공직 생활보다 그런 부분에서 더 취약하죠. 그래서 1 365일 중에 한 270일 정도 야근한 적도 있어요. 반면에 공기업은 정부에 의해 보호받는 영역에 들어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사기업에 가면 더 역동적인 일을 하게 되는 부분은 장점인데,

아까 말한 단점은 일에 쫓기게 된다는 것이죠. 일에 쫓기게 되면 신체 밸런스가 완전히 와르르 무너집니다. 저도 주말에 업무가 없어도 토요일은 놀고 일요일 오후부터는 다음 주 업무를 준비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사기업에서 일상이 되면 일요일 오후를 포기해야 하잖아요. 사기업과 민간 기업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계속 몸에 누적되면 힘들죠.

 

Q. 2021학년도 2학기부터 한양대학교 강단에 서게 됩니다. 이번 학기에 어떤 과목을 맡으실 예정인가요?

A. 학부 과정에서는 2학년 재무 행정론을 맡게 될 것 같고요. 대학원 수업은 조직행태론이라고 일단 한 과목씩만 하게 될 것 같아요. 재무 행정론은 보통 학생들이 안 좋아할 텐데, (웃음) 저희 때도 인기 없는 과목이었어요. 왜냐하면 이제 대부분 문과생들이다 보니까 숫자를 별로 안 좋아하죠. 그런데 사실 재무 행정론은 지나고 보면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배워야 뭣 모르고 배우지, 나이 들어서 배우려면 참 힘든 부분들이에요.

 

Q. 선배님 수업을 듣는 학생이 갖추어야 할 태도나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성실'하고 정직한 학생 좋아해요. 대학에서 4년간의 차이가 어디서 벌어지냐고 보면 저는 성실이라고 봐요. 그래서 성실한 학생을 중요시해요. 3 때 하던 것처럼 4년 열심히 하는 친구는 나중에 보면 확 크는 거고,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놀면 그 차이가 4년만큼 벌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게 성실한 자세입니다. '정직함'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본인 글을 본인이 써야 한다는 것, 아주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성실, 정직함에 더해서 하나 더 갖췄으면 하는 부분은 열정이에요. 교수가 차려주는 밥상을 먹기만 하는 친구는 그냥 성실하고 정직한 친구예요. 그것만 잘 받아먹어도 사실 저는 크게 무리는 없다고 봐요. 근데 이 친구에게 선배로서 또는 교수로서 무언가를 더 요구하고 싶다면 저는 밥상을 차려 먹으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차려진 밥상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면 그 밥상을 자기가 차릴 수 있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학생을 볼 수 있다면 저한테도 행운일 것이고, 그 학생에게도 큰 의미가 될 수 있겠죠.

 

Q. 선배님께서 요즘 관심을 두고 계시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여쭙고 싶습니다.

A. 요즘 관심이 있는 분야는 공공 가치, 쉽게 말하면 공정, 형평성이라는 개념들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뭐가 형평성일까, 어떤 게 형평성인가, 빵을 똑같이 ½로 나눠주는 게 형평성인가? 아니면 가난한 아이한테 빵을 더 주는 게 형평성인가 (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공적 가치를 (수업에서) 좀 더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자유주의적인 시각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효율성 위주의 행정이 많이 부각되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가치적인 접근을 다시 한번 해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형평성, 공정성, 투명성, 시민 참여, 다 좋아 보이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정말 '좋은' 결과를 내느냐? 이건 다른 얘기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제 몫입니다. 이제 그런 큰 관점에서 최근에 제가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 건 사회적 기업이에요. 어떤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까, 그럼 사회적 가치를 잘 만드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도 잘 만드나 아니면 경제적 가치를 희생당하는지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죠.

 

Q. 선배님께서 느끼는 행정학의 매력에는 어떤 점이 있나요?

A. 앞서 말씀드렸지만 "Make a Difference." 제가 만든 정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지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많잖아요. 기본소득이라는 게 처음 사회 운동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면 이제 행정가의 입장에서는 저 기본소득이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기본소득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서 기본소득을 도입해요. 그럼 진짜 세상이 바뀌는 것입니다.

물론 너무 세상을 바꾸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이 세상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뭔가 기여를 했다는 점에 대한 행복이 순수 학문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A B에 영향을 미치는지 하는 단순한 순수 학문도 의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학은) A B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어 세상에 무언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죠. 이게 그래서 주변 담론적인 이야기의 뿌리를 철학, 사상, 이념 차원에서 시작해 보면, 그리고 문제 해결과 맞닿아지도록 끌고 가는 연습만 잘 하면 행정학은 굉장히 재미있는 학문이죠.

정책 담당자가 됐다고 생각을 하면서 주변 다양한 사회 문제들코로나 19 백신 공급 문제, 지하철 파업 대책, 주거 문제 같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행정학이 어떤 부분하고 맞닿아 있을까, 그 뿌리가 뭘까(까지 연결됩니다.) 이렇게 연결하다 보면 조금 더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집니다.

 

Q. 어떤 행정학과 교수님은 행정고시를 권하시고, 어떤 교수님은 그렇지 않으십니다. 따라서 공직을 고려하고 있는 학우들의 진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에 선배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우선 본인을 이해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지갑을 고를 때 조건을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그걸 후회해요.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 지위가 갖고 싶어서, 약간 이런 것 때문에 공무원을 직업으로 고른다면 본인과 안 맞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첫째는 그런 조건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점, 그리고 둘째로는 저 직업이 나랑 잘 맞는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사실 여러분이 해야 할 가장 큰 일 중 하나는 아까 말했던 (이념적인 책들을 읽어) 기초를 닦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꿈을 찾고, 그 꿈에 대한 나의 비전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꿈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그 꿈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 꿈을 찾고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짜는 일을 계속해 봐야 해요. 예를 들면 공무원이 돼야지 행정고시를 봐야지 하는데, 공무원이 행정고시를 보는 게 꿈은 아닐 거 아니에요? 무언가 있을 본인 꿈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게 비전입니다. 그럼 30, 40, 50대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그 꿈에 기초해서 그려보면 본인이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20대에 해 봐야 하거든요.

 첫 시작은 내가 뭘 좋아할까.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내 꿈이 될 수 없어요. 나의 사명, 그러니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그 모습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꿈이에요. 그러면 그 꿈에 맞게끔 살기 위해 일을 찾고, 직업을 찾는 거죠. 어떻게 보면 직업과 일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이 되는 것입니다.

5, 일반 행정직, 이런 게 본인의 사명은 아닐 것입니다. 그 위로 뭔가 본인이 되고 싶은 모습이 있을 거예요. 5급 사무관이 되면 본인이 그런 모습을 이룰 수 있는가, 그리고 하는 일이 본인과 맞는 일인가. 이제 그런 부분들을 알아보면 더 꼼꼼하고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20대 초반, 특히 학부생 시절은 기초를 가지는 시기예요. 그래서 많이 보고 듣고 체험하고 특히 많이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읽는 거를 못 해 두면 평생이 빈곤해요. 사상의 빈곤은 채워지지 않아요. 왜 그러냐면 30~40대는 한창 일할 나이예요. 30대에는 많이 혼나고 일을 배우는 시절, 40대 정도 되면 일을 끌어가야 하는 나이니까 제가 경험했을 때 3~ 40대는 치열해요. 그러면 그 시기에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고민할 시간이 있느냐? 쉽지 않아요, 그 시간을 만드는 게. 책을 읽어도 일에 맞닿아 있는 전략서, 그중에서도 각론에 집중된 책들을 읽게 돼요.

그래서 후배님들이 바라는 게 뭐냐? 많이 읽어라.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 예를 들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나 카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같은 책은 30대나 일하기 시작하면 절대 못 읽어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또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과 같은 이념적인 글들을 많이 읽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자가 됐을 때는 더더욱 힘들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저는 다독을 권하지는 않아요. 1년에 몇백 권씩 읽는 분들이 있어요. 그거는 30대 때 가서 업무적으로 필요할 때 그렇게 읽는 거고, 여러분 때는 정독이 필요해요. 한 권을 깊게, 1년 동안 계속 읽으면서 곱씹고 곱씹으면, 분명히 그렇게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은 진짜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작성자 : 행정학과 21학번 문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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