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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학번 김재홍 동문 인터뷰
조회 4396 2019-01-31 00:33:33

 

무역(貿易). 서로 바꾸다. 옛부터 많은 학자들은 국가간 거래를 고민했다. 절대우위에 따른 자유무역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Smith), 비교우위를 통해 양국 상호 이익이 가능하다고 말한 데이비드 리카르도(Ricardo), 상호수요이론을 제시한 존 스튜어트 밀(Mill)까지. 거래야말로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꿈을 수출하는 곳. 코트라 (이하 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올 2월까지 사장을 지낸 김재홍 특훈교수(정책과학대학)를 만났다.

 

관료의 길

김 교수는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한양대 행정학과를 다니며 관료의 꿈을 키웠다. “중고교 시절부터 법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당시에는 행정학과가 법대에 있었죠. 법학보다는 행정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영역을 배운다는 점이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다가왔다는 김재홍 교수. 그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대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인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4년 간의 준비 끝에 시험에 합격했다.

 ▲ 김재홍 특훈교수(정책과학대학)를 지난달 30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자신의 인생 경험을 이야기하는 김 교수. 

김 교수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지냈다. 1차관은 기획, 산업, 무역, 인사 업무 등을 관장한다. 김 교수는 원래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희망했다. “상공부는 국가의 상공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곳입니다. 경제지식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론보다는 실물경제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자리라 한 번에 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법제처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7년 후 부처교류로 상공부에 전입했다.

KOTRA에서 3년

김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KOTRA 사장직에 지원했다.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퇴직 후 공기업이나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는 고위 공무원을 이르는 말) 방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을 때였어요.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했죠. 자칫 여론의 질타를 맞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로 김 교수는 코트라 사장직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다른 기관과 협업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끝내 김 교수는 관피아 논란을 잠재우고 KOTRA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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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TRA 사장 시절의 김재홍 교수(앞줄 왼쪽 두 번째). 2017년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글로벌파트너링 사업(GP 아시아 2017)’ 국내 참가업체 쇼케이스를 둘러보고 있다. (코트라 제공) 

KOTRA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기관이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수출 주체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는 외부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한중FTA를 활용해 중국 자본유치에 힘쓰기도 했다. 대중국 투자가 2014년 11.8억 달러에서 2015년에 19.8억달러로 늘었다. 김 교수는 재직 중 수출 부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구를 22바퀴 돌았다. 3년 임기를 마쳤을 무렵, 무역 1조 달러를 회복했다.

더 크게 더 멀리

31년 반 동안의 공직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부 정책은 불특정 다수가 이해관계자다.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넓은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쉽지않다.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원리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융통성 없는 집행이라 느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직자로서 국익을 위해 부끄럽지 않게 일한 것으로 위로합니다.”

  

 ​▲ 인터뷰를 마친 김재홍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붕정만리 기불탁속(鵬程萬里 飢不啄粟)’. ‘큰 새는 먼 길을 날아가는 도중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좁쌀은 쪼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교수의 인생철학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담임선생님이 해 준 말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한양대 후배들이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을 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에 관심을 두지 마세요. 멀리 보고 높은 뜻을 품고 크게 행동하세요.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결국 성공하는 인생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글/ 유승현 기자           dbtmdgus9543@hanyang.ac.kr

사진/ 이진명 기자        rha9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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